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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킨족과 퍼뮤니케이션

· 15 min read
summerz
summerz

2004년 10월 21일 작성했던 글

신조어를 대할 때는 언제나 그 신조어의 어원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이리저리 말을 조합해보면 의미가 떠오르는데, 펌킨족과 퍼뮤니케이션도 예외가 아니다.

펌킨족 >> 펌KIN族 퍼뮤니케이션 >> 펌 + communication

'펌'을 즐기는(KIN) 사람들, 펌을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란다. 우리나라 사람들, 말을 조합하는 센스는 참으로 놀랍다. :)

우리나라의 '펌'은 싸이월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일반 인터넷 유저들로부터 매우 '보편타당(?)'하고도 인기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 그 이전부터도 '펌'은 매우 인기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97-8년 정도부터 개인 홈페이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생각된다. 각종 cgi 프로그램들 - 특히 지금은 제로보드로 대표되는 각종 국산 설치 및 공개형 게시판/방명록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어가던 시절부터 펌은 아주 유용한 자기 홈페이지 홍보 수단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이전인 하이텔과 천리안이 득세를 하던 피씨통신 시절에도 인기있는 유머와 통신 소설 (지금은 인터넷 소설이라고 하지만)은 여기저기로 퍼날려졌다. 재탕과 반복을 통해 자신이 쓴 글의 조회수를 올리고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유머를 재구성하여 인기를 얻는 사람들은 그 때도 있었다.

그 당시 기억을 잠깐 떠올려 보면, 자신이 재밌게 읽은 내용을 워드프로세서로 저장, 디스켓에 담아 보관하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돌려보기도 했었다.


최근에 효과(?)를 톡톡히 본 형태의 펌이 있다면 '인터넷으로 돈 벌기'류의 글들과 정치적, 사회적 프로파간다 글들이 아닐까 싶다.

'펌'은 인터넷의 빠르고 신속한 정보이동성을 120% 활용하는 수단이다. 솔직히 '앙마'의 촛불시위 제안이 인터넷 구석구석으로 퍼날라지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그 정보를 즉시 그리고 함께 공유하지 못했다면 광화문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시위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렇게 때론 사적인 이유로, 때론 공적(?)인 이유로 널리 행해져 온 '펌'이라는 개념이 요즘에 새삼 논의가 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펌의 유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펌'은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을 내리기를 주저한다.

핸드폰 비용을 지불하며 핸드폰으로 잡답을 하며 몇 시간씩 통화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쓰레기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건 어떤가. 자기 돈 내서 차를 사고 연료를 넣어가며 비좁은 도로에 차를 끌고 나오는 사람들은 어떤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분명 그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대한 댓가를 지불한다.

세상을 살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함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중요한 미덕이지만, 댓가를 지불하며 이용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건 비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까?

전기절약 운동이나 환경운동처럼 인터넷에서 무의미한 텍스트와 이미지, 컨텐츠는 사용을 자제하자는 인식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괜찮지만 (사실 이상적이지만), '더렵혀진 인터넷'을 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난을 택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해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에게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 무리지만, 그렇다고 펌킨족을 구제할 수 없는 '쓰레기 네티즌'으로 몰아가는 건 그리 좋지 않다고 본다.

비슷한 사례들에 긍정적인 방법으로 접근한 사례(?)들도 이미 주변에 있지 않은가. 아이두의 '언어파괴 이제는 그만!' 캠페인도 좋은 성과를 보여 왔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온라인 만들기 운동인 따뜻밴드도 꽤 괜찮은 운동이다.


둘째는 조금 더 복잡하다. '펌'은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문장은 침해할 '수' 있다고 변경되어야 하겠다.

사실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 역시 할 말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펌'은 아니지만, 나도 수많은 곡들을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인터넷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이걸 이용해서 내 개인의 이익을 꾀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고 싶은 욕심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의 의도가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 자체를 용서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간 그만 두어야겠지 - 적절한 방법을 찾아봐야지 하지만, 어쨌든 난 지금도 그러고 있다.

각설하고,

최근 저작권에 대한 여러가지 개념들이 생겨나고 있다. Creative Commons오픈소스 (GPL, BSD 등)가 그 좋은 예이다.

이러한 개념들의 핵심에는 인터넷의 특징인 무한 복제성, 가공성, 변경성, 배포성 등을 부정하지 않고 수용할 뿐만 아니라 창작물에 대한 대한 권리를 유지하는 대신에 많은 이들이 이를 이용하고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개념적으로 열어주겠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창작자들이 이러한 개념들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실례를 들자면 오래되었지만 좋은 음악,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이 있다고 하자. 구체적으로 이름을 들자면 이탈리아 가수인 그라지아 디 미셀 (Grazia di Michele)의 곡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 가수의 앨범은 더 이상 수입되지도 않고, 구하기도 쉽지 않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하면 수입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게 시장경제니까) 그 가수를 위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올린다. 그러나 이 또한 저작권 위반을 피할 수는 없다. 의도가 어찌 되었건 간에. 창작자, 혹은 저작권자가 그들의 권리를 인터넷에 적용시켜 생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음반업계가 자신들의 타당한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오히려 가해자로 인식이 되고, 벅스뮤직은 현행법상 불법적인 사업을 했음에도 네티즌의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해결하는 방법은? 위에 적은 것처럼 Creative Commons와 같은 접근이 가장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현재 대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펌'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이러한 개념들을 모르는 상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이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르고 한 행위라고 무조건 용서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새로운 기술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면 새로운 충돌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펌을 즐기는 사람의 성향 중 하나는 주목받고 싶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퍼온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서 쾌락을 얻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 컨텐츠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라면 어딘가로 퍼질 때 원출처를 자기로 밝히고 싶어할 것이라는 뜻. 게다가 그게 자기의 직업과 관련되고 자신의 연구 혹은 창작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

최소한 자기가 싫어하는 건 남도 싫어한다는, 그리고 남에게 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하고도 당연한 진리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느끼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지식공유를 실천하는 시작이 아닐까.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제대로 된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퍼뮤니케이션이 뜬다 같은 밑도 끝도 없는 기사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쓰레기라도 팔 수 있고, 유저들을 쓰레기 냄새 풍기는 곳에 밀어넣어 돈을 벌어도 좋다는 인식이 깔린 천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기사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과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과는 서로 다르다. 펌은 절대 악적인 행위가 아니다. 때론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전파시킬 수도 있고, 인터넷이라는 환경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컨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다.

펌, 펌킨족, 퍼뮤니케이션에 대한 비난이나 규제를 하기에 앞서 물질문명이 새롭게 발달함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현상들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한 듯 싶다. 유행은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기도 하지만, 지나는 시간을 통해 배우는 게 없으면 또 다른 문제점들을 이끌고 오니까.

참고 및 관련 사이트

A Blogger's Monologue의 인터넷과 지적재산권 Creative Commons 오픈소스에 대한 정의 김중태문화원 - 링크, 펌에 대한 이야기 정리 미디어오늘 - 인터넷 기사, 보도의 '기본'을 지키자 hof님의 fu**뮤니케이션... JH님의 펌글 논란에 대한 약간 다른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