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riana - 이런 무시무시한 백혈구 같으니라고!
aka 시리아나
syriana-1.jpg우선, 이 영화는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이다. 스티븐 개건 (Stephen Gaghan) 감독이 각본을 맡았던 영화 <트래픽>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가 별다른 설명없이 전개되는데, <트래픽> 때 처럼 색깔로 구분해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국제정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사전지식 없이 본다면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는 영화가 되기 십상이다.
심지어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줄거리를 대충 알고 보는 것도 괜찮다. 이 영화의 원작은 전직 CIA 요원이자 작가인 로버트 베어 (Robert Baer)의 책 "See No Evil: The True Story of a Ground Soldier in the CIA's War on Terrorism , Crown"인데, 소설이 아니라 회고록이기 때문이다.
시리아나의 뜻
시리아나는 시리아 혹은 팍스 시리아나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조금 더 정확한 뜻은 다음과 같다. (위키피디아의 설명도 위와 거의 유사하다.)
시리아나(Syriana)는 미국 신보수주의(Neo-conservative)의 씽크탱크(Think Tank)들이 소위 중동지역을 지칭하며 실제로 쓰는 말이다. 영화 시리아나의 감독 스티픈 개그핸(Stephen Gaghan)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 용어는 “(신보수주의자들의) 이론에 따라 재편되는 중동”을 뜻하며 “자신들이 그리는 그림대로 새로운 국가들을 만들”고자 하는 희망사항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용어는 Pax Syriana, 즉 “시리아에 의한 평화”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Pax Syriana는 시리아의 레바논 강점기 중 1990년에서 2005년까지의 시기를 지칭하고 있다. 이 시기에 시리아는 레바논을 강점하며 주변국들(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등)이 상호 반목하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세력이 급격히 쏠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기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평화롭게” 중동 지역의 석유를 퍼 갈 수 있었고 그래서 이 시기를 Pax Syriana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영진공 - 팍스 시리아나(Pax Syriana) → 시리아나(Syriana) =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영화의 줄거리
다음은 필름2.0에서 설명하는 영화의 줄거리
석유, 미사일, 테러, 권력과 돈, 정치적 음모와 배신이 얽힌 4가지 이야기
산유걸프국의 음모가 난무하는 중동. 왕위계승자인 개혁파 나시르 왕자는 미국의 에너지 거대기업인 ‘ 코넥스’가 보유하고 있던 천연가스 채굴권을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중국에 넘겨준다. 이것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미국과 중동 간의 산업관계의 화근이 된다.
한편 영역확장을 꾀하던 ‘코넥스’는 카자흐스탄 원전의 채굴권을 손에 넣은 미국의 석유회사 ‘킬린’과 합병하고, ‘코넥스’의 법률회사 ‘슬로언 휘팅’은 중동과 중국의 거래를 저지하기 위해 중동 국왕에게 나시르의 동생을 왕위계승자로 간택하라는 압력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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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_CIA요원 밥 반즈를 둘러싼 중동작전의 음모와 배신
밥 반즈(조지 클루니)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CIA 요원. 테헤란에 있는 두 명의 무기 밀매상을 암살하라는 마지막 임무수행 중 파란 눈의 이집트 인 손에 미사일이 들어가는 사고를 겪는다. 돌아오는 길에 나시르 왕자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그. 그러나 이 일로 밥은 자신이 평생을 바쳐 헌신한 조직에 의해 배신을 당하게 된다.syriana-3.jpg
두 번째 이야기_나시르 왕자의 자문을 맡게 된 에너지 분석가 브라이언 우드먼의 새로운 길
브라이언 우드먼(맷 데이먼)은 아내 줄리(아만다 피트)와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제네바에서 살고 있는 에너지 분석가. 나시르 왕자가 개최한 파티에서 큰아들이 죽는 사고가 일어나고, 나시르는 브라이언에게 개혁적 사업을 제안하여 사고를 만회하려 한다.syriana-4.jpg
세 번째 이야기_미국 대형 석유회사의 합병 문제를 담당 한 변호사 베넷 홀리데이의 욕망
베넷 홀리데이(제프리 라이트)는 ‘슬로언 휘팅’에서 일하는 야심만만한 변호사로 ‘코넥스-킬린’ 합병을 관리하는 중책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두 회사의 합병에 관련한 조사업무를 하지만 실은 자신의 경력을 위해 두 회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syriana-5.jpg
네 번째 이야기_중동의 석유회사에서 해고당한 젊은 파키스탄인 와심 칸의 비극
아버지와 함께 ‘코넥스’에서 일하던 파키스탄인 와심(마자 무니르)은 중국이 채굴권을 인수하자 직장에서 해고된다.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이민노동자로서의 멸시뿐. 와심은 자신을 존엄한 존재로 취급하는 이슬람교 학교에서 위안을 찾고 그 곳에서 행방불명 된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파란 눈의 이집트인을 만난다.이 세 사건은 모두 미국과 중국, 중동 삼 개국 간의 이익관계에 얽힌 음모에 관계되어 있고,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삶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깨닫지 못한 채 음모로 움직이는 세계의 광대하고 복잡한 미로 속에 빠져드는데…
출처 : 필름2.0 - 시리아나 (2005)
이 영화는 전혀 은유적이지 않을 뿐더러 감독과 배우가 보여준 그간의 행보로 보아 다른 해석을 원치도 않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미국의 그간의 행보를 비판하는 정치적인 영화이며 미국의 말도 안되는 전쟁의 이유가 석유 때문이라는 걸 분명하게 전달하는 영화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보나마나 뻔한 재미없는 영화일까? 내가 보기 엔 그렇지 않다.
초반부에는 별다른 설명도 없고 큰 사건도 없이, 심지어 인물들끼리의 만남도 없이 진행되어 지루하기도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치닫을수록 각각의 사건들의 공통점들이 발견되면서 어떤 인물들은 분노하고, 어떤 인물들은 포기하고, 어떤 인물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들이 극적으로 표현된다. 마치 영화의 태그라인처럼. Everything is connected.
중요한 장면일수록 음악은 미니멀하게 쓰이고 사운드는 튀지 않고 뒤에서만 머물거나 심지어는 조용해지는데 그 억누름이 오히려 인물들의 분노 - 심지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분노까지 느끼게 해준다.
음악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Alexandre Desplat, 프랑스)가 맡았고, 이 영화로 골든글러브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5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005)에서는 <내 심장이 놓친 박동 (De battre mon coeur s'est arrêté)>으로 음악상 수상. (그가 작업한 작품 중 최근에 국내에서 유명한 작품으로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가 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니콜 키드만 주연의 <탄생 (Birth)>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며 살짝 떠오른 생각들.
1 우리나라의 개화기를 상상해보았다. 그 때도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에서 우리나라를 좌지우지 했겠지 -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리고, 정체된 발전과 타락한 관료와 무지한 백성을 걱정하며 순수하게 개화를 하려는 사람과 그걸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나라들이 있었겠지. 중국은 덩치가 커서 미국 맘대로 잘 안되고는 있지만 요즘의 중동을 보면 왠지 우리나라의 개화기 때가 상상된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2 언젠간 그들도 터번을 풀고 거대 마트에 가서 서양식 식재료를 사다가 먹을까? 그들의 아이들도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로 대표되는 서양의 음식 (패스트푸드) 때문에 그들의 전통음식을 싫어하게 될까?
중동 지방은 우리와 달리 워낙 거대한 커뮤니티라 그런 변화가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미래가 되어 석유가 떨어지는 때가 온다면 그 땐 어떨까? 그동안 제대로 된 발전없이 지금처럼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게 끌려다니는 행보를 계속 해왔다면?
3 백혈구가 몸속 세포들에게 이야기한다. "외부 세포들은 위험해. 내가 지켜줄게. 내가 싸울게." 그래놓고 평화롭게 사는 우리 몸속 세포들을 공격한다. 그게 백혈병이다.
전 세계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기독교를 전파하며 비효율과 불합리, 모호함을 타파하자고 하면서 스스로는 전세계를 불안하게 만들며 거들먹거리고 돌아다니는 미국의 꼴이 백혈병의 그것과 어찌 그리 똑같을고.
